전일본중국조선족연합회 리용식 고문 · 김광림 회장 · 박춘화 수석부회장, 한민족방송 ‘토요 초대석’ 출연

전일본중국조선족연합회 리용식 고문, 김광림 회장, 박춘화 수석부회장이 10월 10일의 KBS 한민족방송 《보고 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 ‘토요 초대석’에 출연하여 일본 조선족 사회의 형성과 발전, 공동체 활동, 세계 조선족 네트워크 구축과 차세대 문화계승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소연·박희상 진행자와 함께한 이날 방송에서 세 출연자는 일본에 정착하게 된 과정부터 연합회의 성장과 향후 비전까지 소개하며 청취자들에게 일본 조선족 사회의 모습을 전했다. 진행자는 “우리 사랑방에 동네 형님들이 오신 것 같다”는 말로 출연진을 반갑게 맞이했고, 대화는 친근한 분위기 속에서 이어졌다.
유학으로 시작된 일본 생활, 동포 사회를 잇는 활동으로
중국 흑룡강성 할빈 출신인 리용식 고문은 1985년, 북경중앙민족대학교의 교편을 내려놓고 국비 장학금을 받으며 일본에 건너가 동경외국어대학교에서 연구생 공부를 하였다. 일본 최초의 조선족 유학생 선구자의 발자취를 남긴 것이다.
연구생 공부를 끝내자 그는 중국대사관의 추천을 받아 중국과학원 소속 일본 주재 대표(소장)로 임명됐다. 소속 전칭은 중국과학원 과학기술그룹 도쿄사무소. 중국과학원 원장 주광소(周光召)가 이사장인만큼 도쿄사무소의 격은 높았다. 재임 4년 동안 120여 명의 정보통신 기술 인재들을 양성하는 성과도 올렸으며, 일본의 첨단기술을 중국으로 이전하는 데도 크게 공헌하였다. 1989년부터 1992년까지 중한 정부는 중한수교를 전제로 한 최고급 레벨의 「동방경제학술회의」를 개최하였는데, 그는 또 중국 정부의 위임을 받고 학술회의 사무국에서 중요 역할을 했다.
이후, 리용식 고문은 자녀의 성장과 생활 기반의 형성에 따라 일본에 정착하게 되었다.
그는 오랜 일본 생활에서 인상 깊었던 점으로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태도와 자제하는 일본 문화를 꼽았다. 대학과 상점, 역 등 일상 공간에서 느낀 조용한 분위기, 갈등 상황에서도 감정을 절제하려는 모습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했다.
김광림 회장은 중국 동북사범대학교에서 일본어를 전공한 뒤 연변대학교에서 일본어를 가르치다가 일본 유학의 기회를 얻었다. 서울올림픽이 끝난 다음 날인 1988년 일본에 도착한 그는 대학원 진학과 대학 취업을 거쳐 올해로 일본 생활 38년째를 맞이했다. 현재 니가타산업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지난해 연말부터 제4대 전일본중국조선족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처음부터 장기 정착을 계획한 것은 아니였지만, 학업과 직장으로 인연이 이어지면서 일본에 오래 머물게 되였다고 말했다. 또한 처음 일본에 왔을 당시와 비교하면 중국 역시 큰 변화를 이루었다며, 지금도 중국과 일본을 오가고 있다고 전했다.
길림성 훈춘 출신인 박춘화 수석부회장은 훈춘에서 국가 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새로운 배움의 길을 선택해 2001년 일본으로 유학했다. 이후 중국과 일본 간 무역업 등에 종사하며 일본에 생활 기반을 마련했고, 현재 연합회 수석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유학생 모임에서 시작된 일본 조선족 사회
리용식 고문은 일본 조선족 사회의 초기 모습을 회고하며, 당시에는 유학생을 중심으로 동포들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학업을 마친 이들이 일본에 남아 기업에 취직하거나 회사를 운영하면서 동포 사회의 기반도 점차 형성되였다.
그는 초대 회장을 맡았던 ‘동방학우회’를 초기 공동체 활동의 사례로 소개했다. 당시 약 60명의 유학생이 모였으며, 김광림 회장과 연합회 초대 회장을 지낸 허용수 회장도 그 모임에 참여했다.
리용식 고문은 젊은 유학생들이 함께 모인 배경에는 조선족으로서 서로 힘을 모으고 공동체를 만들어 가려는 마음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부모 세대로부터 이어받은 민족의식과 문화에 대한 애착은 타국에서 서로를 잇는 바탕이 되였다. 당시 모임에 참여했던 이들은 이후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며 일본 조선족 사회의 성장에 힘을 보탰다.
박춘화 수석부회장은 일본에 거주하는 조선족 규모에 대해 정확한 공식 통계는 없지만, 동포 사회에서는 약 8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여권상 국적만으로 조선족이라는 민족적 배경을 구분하기 어렵고, 중국이나 한국 등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어 전체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조선족 동포들은 여러 언어를 구사하는 강점을 바탕으로 국제무역, IT, 부동산, 여행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대학 졸업 후 기업에 취직해 일하는 이들도 많다고 소개했다.
22개 단체로 출범한 연합회, 37개 단체가 함께하는 조직으로
김광림 회장은 전일본중국조선족연합회의 설립 과정도 소개했다. 일본 각지에서 활동하던 여러 단체가 소통과 협력을 강화할 필요성을 느끼면서 연합회 설립 논의가 시작되였다.
2019년 2월 23일 도쿄에서 단체장들이 모여 의견을 나눈 뒤, 약 반년간의 준비를 거쳐 같은 해 9월 8일 연합회가 정식으로 출범했다. 설립 당시 22개였던 가입 단체는 방송 인터뷰 당시 37개로 늘어났다.
김 회장은 일본의 모든 조선족 단체가 가입한 것은 아니지만, 여러 주요 단체가 연합회 안에서 힘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문화·교육 등 각 분야의 단체들이 서로 교류하고 협력하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 연합회 활동의 중요한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국타향에서 새로운 고향을 만드는 ‘조선족동네’
방송에서 리용식 고문은 지역 공동체인 ‘조선족동네’의 취지와 활동도 소개하였다.
선조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일구어 온 고향 마을을 떠나 한국과 일본, 미국 등 세계 각지로 흩어진 조선족들이 새로운 생활 터전에서 다시 이웃으로 만나자는 것이 ‘동네’ 활동의 출발점이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하면서도 현재 살고 있는 곳을 새로운 고향으로 만들어 가자는 뜻이 담겨 있다.
2022년 첫 우키마 동네가 만들어진 이후, 가까운 곳에 사는 동포들이 모여 명절에 음식을 나누고 아이들에게 세배와 전통문화를 가르치는 등 생활 속 교류를 이어왔다. 방송에서는 이러한 모임이 도쿄 주변의 7개 동네로 확대되였으며, 10월 4일에는 7개 동네가 함께하는 친목교류대회를 개최하였다.
노래와 장기자랑, 어린이 놀이 등을 함께하며 고향 마을에서 누리던 정과 문화를 새로운 터전에서도 이어가려는 모습은 청취자들에게 동네 활동의 의미를 전했다.
세계 조선족을 잇는 네트워크, 경제와 문화가 함께하는 미래
이번 한국 방문의 계기가 된 부천의 ‘세계조선족문화예술축제’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이어졌다. 출연진은 세계 여러 지역에서 활동하는 조선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공연과 교류를 진행한 경험을 전하며, 조선족 사회의 활동 무대가 세계로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춘화 수석부회장은 앞으로 추진하고 싶은 과제로 세계 조선족 네트워크 구축, 경제활동을 뒷받침하는 플랫폼 마련, 전통문화 계승과 차세대 교육을 제시했다.
그는 세계 곳곳의 조선족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만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체계를 만들어 가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문화활동을 지속하려면 이를 지탱할 경제적 기반도 필요하다며, 경제와 문화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힘쓰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해외에서 성장하는 차세대들이 우리말을 점차 잃어가는 현실을 언급하며, 언어와 문화를 다음 세대에 어떻게 전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선배 세대가 이루어 온 활동과 공동체의 경험을 차세대가 이어받아 조선족 사회를 더욱 활발하게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김광림 회장 역시 조선족 문화의 역사적 뿌리와 한반도와의 깊은 인연을 이야기하며, 세계 각지에 사는 조선족들이 작은 힘이라도 함께 보태 전통문화를 이어가기를 희망했다.
방송 말미에 리용식 회장은 중국 조선족의 문화는 독립군과 한민족 지성인들이 만주로 건너가 일궈놓은 우수한 문화이기에 지금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 조선족들이 자신의 문화전통을 지키며 서로가 힘을 보태면 조선족의 문화가 이어지고 꽃을 피울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바램을 전했다.
그리고 진행자는 방송 중간 중간에 인터뷰 출연자들에게 신청곡을 요청하기도 했다. 리용식 고문은 고향의 옛정취가 물씬 풍기는 《찔레꽃》을, 김광림 회장은 한국의 항구적 정취가 풍기는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을 신청했고, 박춘화 수석부회장은 방송 말미에 솔지의 《나를 살게 하는 사랑》을 신청해서 이날 ‘토요 초대석’은 마무리되였다.
이번 방송은 일본 조선족 사회가 걸어온 길과 현재의 활동을 알리는 한편, 이국타향에서 새로운 고향을 만들고 세계 동포들과 함께 미래를 열어가려는 뜻을 전하는 시간이 되였다.
기사 작성: 박춘화 / 편집 이동렬


